2021. 2. 17. 10:00ㆍ식물이야기
1.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는 처음 텃밭에 들어온 이래로 계속 별미 식물이었습니다. 다년생인 아스파라거스는 제철이 되면 매일 손으로 채취해야 합니다. 각각의 아스파라거스는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8주이며 그전에 아무런 방해 없이 자라야 합니다. 모판이 자리를 잡는 데는 3~4년이 걸리며, 그동안은 수확량이 거의 없습니다. 최대 20년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고 품종에 따라 초록색이나 보라색 줄기가 나옵니다(흰색은 흙을 덮어주는 북주기를 통해 나옵니다). 하지만 아스파라거스는 토지를 많이 차지하고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며, 정기적으로 거름주기를 해야 잘 자랍니다. 지표면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초도 제거해야 합니다.
로마의 대 가토는 저서 <농업에 관하여>(기원전 160년)에서 아스파라거스 경작에 관해 비슷한 조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재배 특징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의 조언은 노예들이 경작하는 토지가 대상이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 재배와 소비는 사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저서 부록에 아스파라거스를 포함시킨 대 가토는 새로 수입된 작물을 로마의 텃밭에 추가했을 것입니다. 아스파라거스 경작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아마도 지중해 동부나 소아시아에서, 야생 아스파라거스 채집가들이 당시 매년 봄에 순을 잘라주려고 돌아올 때마다 아스파라거스 수확량이 증가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입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새순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아스파라그’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플리니우스는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반색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느다란 야생 순이 통통한 원예 작물보다 품질이 좋으며 맛은 더 강하다고 여겼습니다.
텃밭의 아스파라거스는 로마제국 몰락 이후 사라진 듯 했지만, 이슬람교도들이 지배하는 영토와 수도원의 약초 재배원에서도 계속 재배되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를 끓인 물은 최음제로 쓰이기도 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씨앗과 뿌리였습니다. 뿌리를 달인 물은 이뇨제로 쓰였는데, 곤란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로 페트로니오는 아스파라거스가 몸속에서 부패하기 때문에 소변에서 악취가 나게 한다고 추론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지만 아스파라거스의 인기는 커져갔습니다.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아스파라거스를 지켰으며, 새뮤얼 피프스는 자신이 ‘참새풀’이라고 부르던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수확하는 것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냄새가 나는 원인은 황화합물인 아스파라긴산의 분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냄새가 날 정도로 아스파라긴산을 분해하는 사람도, 그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입니다. 냉동 항공수송 시대가 오기 전, 생 아스파라거스는 단거리 수송만 가능했습니다. 순의 상태와 맛이 빨리 상하기 때문입니다. 수세기에 걸쳐 우리를 감질나게 했던 아스파라거스의 풍미가 가진 매력과 복합성은 ‘감칠맛’ 덕분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감칠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함께 최근 더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1912년 일본인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청중들에게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치즈 또는 고기’가 가진 풍미의 공통점이 바로 감칠맛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케다는 감칠맛을 아미노산 글루탐산으로 정의했으며, 아스파라거스는 비교적 많은 양의 글루탐산을 함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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