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 번식, 풍요, 재생

2021. 2. 18. 03:05식물이야기

 

석류

 

1. 석류

 

오랫동안 약용으로 사용되어 온 석류는 오늘날 심장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슈퍼푸드의 하나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각각의 씨는 영롱하고 즙이 많은 가종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가종피는 종피를 한겹 더 싸고 있는, 즙이 많고 매혹적인 과육입니다. 과육의 색은 진한 빨강에서 흐릿한 반투명 분홍에 이르기까지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색과 마찬가지로 석류의 맛 또한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터키 북동부와 카스피해 남부에 위치한 트랜스 코카시아의 야생 과수원에서 재배된 이후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룬 것이 선택되었고, 모체 나무에서 꺾꽂이용으로 자른 나뭇가지를 이용해 재배되었습니다. 빛나는 짙은 녹색의 잎과 오래가는 화려한 빨간 꽃을 가진 이 아리따운 나무는 재배자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어느곳에서 재배되든 석류는 정원뿐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각각의 열매에 들어 있는 수많은 씨는 흔히 번식, 재생, 풍요를 상징했습니다. 이란 고원 중부의 조로아스터교인들은 입회식과 결혼식에 석류를 사용했습니다. 석류는 히브리 성경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흔히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와 함께였습니다. 석류 모양은 사제와 국왕의 의복에 수 놓아져 있고, 솔로몬 사원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석유 램프에도 묘사되어 있고, 동전에도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석류 씨는 전부 613개라고 하는데, 이는 토라(유대교 율법)613개 계명과 통합니다. 석류는 나팔절을 기념하는 음식에도 들어갑니다.

 

아마 페니키아인들이 북아메리카와 지중해 서부로 석류를 가져갔을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석류는 농업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 꽃의 여신 페르세포네와 연관됩니다.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저승의 신 하데스는 그녀를 속여 석류를 먹게 했습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그 벌로 그곳에 남아야 했으므로, 그녀는 일년 중 일부를 망자들의 왕국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매년 봄,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돌아오면 숲과 들에서 새 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번식력의 상징은 여성의 몸에 대한 그리스인의 인식에 녹아 들어 있었습니다. 핏빛의 수많은 씨가 있는 석류 내부는 여성의 자궁에 비유되었습니다. 임신을 돕거나 출산 후 열병을 치료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처방전에는 석류즙이 포함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석류나무가 중국 한나라 황실에 도착한 것은 기원전 135년경 카불에서 귀국하는 사신 장건과 함께였다고 전해집니다. 기원전 168년에 봉인된 한 고분에서 나온 문서에는 석류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석류는 육조 시대(서기 220~589)를 거치는 동안 꽃에 대한 평가가 특히 좋았고, 붉은색 아름다움의 정수라며 시에서 칭송되었습니다.

 

기독교 교회가 석류와 부활의 연관성에 동화되면서 석류의 붉은색 즙은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종교 미술에서 성모마리아는 흔히 석류를 손에 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습니다. 이 중세의 비유적 표현이 유명한 태피스트리 연작 <유니콘 사냥>에 수 놓여 있습니다. 연작의 마지막 장에서 붙잡힌 유니콘은 석류나무에 밧줄로 묶여 있습니다. 이것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결혼생활 기념, 둘 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석류는 번식력과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1509년 잉글랜드의 헨리 8세와 결혼하면서 아라곤의 캐서린은 자신의 문장에 석류를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헨리 8세는 자신이 원하는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1533년 캐서린과의 결혼을 무효화했습니다.